[편집자주]저출산과 고령화는 '정해진 미래'다. 이미 시작된 '인구의 계절'은 되돌릴 수 없다. 이 흐름은 한국을 '1% 저성장'이라는 그늘로 데려왔다. 하지만 시선을 바꾸는 순간, 위기는 기회가 된다. 2007년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 일본 기업들은 고령자를 소비자이자 '시장의 중심'으로 바라보고 새 판을 짰다.
(도쿄=뉴스1) 김근욱 기자 = 도쿄 시부야역 앞 '스크램블 교차로'는 도쿄 여행의 상징 같은 명소다. 한 번의 신호에 최대 3000명이 넘는 인파가 길을 건너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횡단보도'로 유명하다.
'도큐바카라사이트 시부야'는 이 상징적 교차로에서 도보 3분 거리의 복합 쇼핑몰이다. 겉모습은 여느 쇼핑센터와 비슷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이달 2일 오후 찾은 도큐바카라사이트 1층 로비에서는 시니어 안경 브랜드 '페이퍼 글라스'(Paper Glass)가 행사를 진행 중이었다. 종이처럼 얇은 안경이 콘셉트인 이 브랜드는 노안을 겪는 중장년층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안경 다리를 접으면 책 속에 쏙 들어갈 정도로 얇아져 쉽게 휴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도큐바카라사이트에는 40~60대 여성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도큐바카라사이트 관계자는 "이곳은 대부분 시니어 고객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고 설명했다.
도큐플라자 5층은 시부야 라이프 라운지(Shibuya Life Lounge)라는 이름 아래, 은퇴 이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점포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자산 관리와 승계 상담을 제공하는 '미쓰이스미토모 신탁은행', 고급 중고 명품을 매입하는 '난보야'(nanboya)도 눈에 띄었다.
백화점 1층에 명품 대신 '건강 신발'
도쿄 신주쿠역 근처 '게이오 백화점'은 바카라사이트이 진정 노인을 위한 나라임을 실감하게 하는 공간이었다. 백화점 1층은 절반은 화장품 매장이 차지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시니어를 겨냥한 '건강 신발 코너'로 채워져 있었다.
평일 오후임에도 시니어 신발 매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의자마다 어르신들이 앉아 신발을 신어보고 있었고, '웨이팅'이 생긴 매장도 있었다. 시니어 신발 매장의 직원들 역시 대부분 머리가 희끗한 고령층인 것도 생소한 풍경이었다.
특히 게이오백화점 8층은 층 전체가 '고령자 전용'으로 형성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건 '개호 식품'(介護食品) 코너였다. 개호 식품은 씹거나 삼키는 데 어려움이 있는 노인을 위해 만들어진 식품이다.
한쪽에는 보청기 전문 매장이, 그 옆엔 한방 건강식품 매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옷과 가방을 파는 매장도 여럿 있었는데, 색상부터 디자인까지 전형적인 '어르신 취향'이었다.
게이오백화점은 엘리베이터 버튼까지도 남달랐다. 일반 버튼보다 두세 배는 커다란, 마치 당구공 같은 버튼이 달려 있었다. 고령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돌봄의 대상에서 '바카라사이트자'로
1980년대, 일본이 노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노인은 '돌봄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산업 역시 의료와 복지를 중심으로 성장했고, '실버 마켓'이라는 개념이 유행처럼 퍼졌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바카라사이트 기업들은 노인을 '새로운 소비자'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시 단카이세대라 부리는 바카라사이트의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퇴직으로 받게 될 퇴직일시금이 소비 여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무렵 등장한 개념이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다. 실버가 자녀에게 의존하는 쇠약한 노인을 의미했다면, 액티브 시니어는 은퇴 후에도 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소비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을 뜻한다.
대신증권의 일본 관련 리포트에 따르면, 일본 65세 이상 인구의 70%는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다. 이들의 저축 비중은 일본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자가 보유율도 90%를 넘는다. '파워 시니어'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란도셀 열풍'에 담긴 시니어의 힘
주목할 점은 시니어들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위한 소비에도 아낌이 없다는 것이다. 일명 '란도셀 품절 사태'는 바카라사이트 고령층의 소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란도셀은 바카라사이트 초등학생들이 메는 책가방 브랜드로, 현지에서는 '국민 책가방'이라 불린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기본 제품이 약 50만 원, 고급형은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바카라사이트판 등골 브레이커'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지만, 매년 신학기 몇 달 전부터 품절 사태가 벌어질 만큼 인기가 높다.
특히 조부모가 손주에게 란도셀을 선물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며 시니어 바카라사이트가 더욱 활발해졌다. 자신을 위한 바카라사이트를 넘어, 누군가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마음은 40대?…'시니어' 단어엔 거부감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고령층이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바카라사이트 사례가 있다.
바카라사이트의 대형 유통업체 이온몰(AEON)은 도쿄 에도가와구에 위치한 카사이점을 전면 리뉴얼하며, 시니어층을 주 고객으로 설정했다. 이름도 'GG몰'(Grand Generation·고령층을 지칭하는 마케팅 용어)로 바꿨다.
하지만 이 점포는 최근 다시 일반 매장으로 돌아갔다. '노인을 겨냥한 매장'이라는 이미지가 오히려 바카라사이트자들의 거부감을 샀기 때문이다.
바카라사이트의 기업 컨설팅 업계 종사자는 "바카라사이트 고령자들은 고령층으로 분류되거나, 별도 우대를 받는 행위를 싫어한다"며 "일례로 한국과 달리 바카라사이트인은 지하철에서 노인이라고 자리를 양보받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카모토 세쓰오 인생100년시대미래비전연구소 소장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젊어진 고령층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의 핵심은 그들을 '노인' '시니어' '바카라사이트' 같은 단어로 묶지 않는 데 있다"며 "이들을 개별화된 소비주체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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